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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후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노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노아가 구원을 받지 못했다거나, 하나님의 은혜를 받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노아처럼 수많은 날들을 고독과 적막 속에 보낸 사람이 과연 세상에 몇 사람이나 있을까?

노아는 결코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노아는 홍수 후에 포도 농사를 지어 포도주를 마시고 자신을 잊어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노아 때의 홍수는 분명히 천지가 개벽하는 사건이었다.

전 지구상의 생물들이 물고기만 제외하고는 모두 멸망을 당하는 사건이었으니,

이런 기막힌 사건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홍수 후 노아와 그 가족들이 방주에서 나와서 홍수로 휩쓸고 간 세상을 보았을 때,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생명체라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땅, 곳곳 마다 적막이 감돌고,

사람이나 생명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는 고요한 세상,

만일 우리가 어느 도시에 들어갔는데,

그 도시에 사람이라고는 인적도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는 유령도시라면

그 때 우리에게 밀려오는 공포감과 적막감은 어떠할까?

그런데 그보다 더 참담한 현실 앞에 노아는 얼마나 큰 무서움과 두려움에 치를 떨었을까?

우리가 세상을 사는 재미는 돈을 많이 벌고,

여행을 다니고, 직장에서 승진을 한다는 그런 재미만은 아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재미인지 모른다.

세상에 사람이 없다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여행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놀이가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다 무용지물인 것이다.

세상을 사는 것이 힘들다 해도 우리는 사람을 만난다는 현실이 있기에

그 속에서 사는 재미가 있고 보람이 있는 것이다.

유령도시에서 혼자 벼락부자로 산다면 그게 무슨 재미인가?

뿐만아니라 노아는 방주에서 나와 세상을 보았을 때,

널부러져 있는 엄청난 시체들과 동물들의 시체들을 보았을 것이다.

모든 촌락과 도시들은 폐허가 되어 파괴되어 있었을 것이다.

온 천지가 시체 썩는 냄새로 가득했을 것이다.

한동안 노아는 삶의 터전을 잡지 못해서 방황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노아가 분명히 크게 후회했으리라고 생각한다.

홍수 후 이런 죽음의 세상이 전개될 줄 알았더라면

하나님 앞을 가로막고 서서 홍수를 거두어 달라고,

제발 홍수로 세상을 멸망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을지도 모른다.

모세는 그렇게 하지 않았든가?

하나님은 금송아지 만들어 절하고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당장 그 자리에서 요절내고,

모세 그 한사람으로 인하여 다시 새로운 민족을 만들겠다고 하자,

모세는 하나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죽기를 무릎쓰고 요청하지 않았든가?

노아는 분명히 자신의 실수를 가슴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고,

이젠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앞에 남 모르는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나는 세상에 의인들만 산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생각해 보았다.

오늘날 세상의 죄인들과 악한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법을 만들어야하며,

얼마나 많은 경찰력을 증강해야 하며, 얼마나 많은 경찰서와 감옥을 세우고,

얼마나 많은 안전시스템과 장비를 개발해야 하는가?

하지만 의인들만 살면 그런일이 없어질까?

아마도 틀림없이 의인들 중에서 또 다른 죄인들이 생겨날 것이고,

똑 같이 죄인들을 다루어야 할 안전 시스템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의인 노아와 그 자손들만 세상에 두었는데,

세상은 또 죄인들로 충만해 졌고, 홍수 전의 세상 보다 더 악한 세상으로 변하고 말았다.

노아의 후회가 여기 있는 것이다. “왜 그때 하나님의 심판을 가로막지 못했을까?”

(Rev. S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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