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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錦衣還鄕)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장례를 위해서 가나안을 방문하는 장면)


누구든지 고향 떠나 고생하다가 성공하면 나중에 금의환향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옛말에도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별볼일없는 마을에서 인물이라도 한 사람 나면, 그 사람 때문에 많은 친인척들에게 덩달아 출세의 가도가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출세하면 명절에 고향 찾아가서 윗어른들에게 큰 절이라도 올리고, 술이라도 한 말 대접하면 온 동네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고, 부모님들은 자식 낳아 키운 보람을 그때 갖게 되는 것이 우리의 사정이다. 이 미국에 와서 억척같이 일하면서 고생하고 사는 이유도 언젠가는 성공해서 번듯한 집이라도 한 채 가지고 남부럽지 않는 출세라도 하면 고향 돌아가서 친인척들에게 술이라도 한말 대접하고 싶은 마음들이 다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금의환향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성경에 보니 누구보다도 성공한 인물인 요셉은 그의 일생에 한번도 금의환향한 적이 없다. 그는 위로 있는 열 분의 형님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에 노예로 팔리는 신세가 되었고, 그로 인하여 그가 겪은 고생과 고초는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어느 누구라도 요셉이 겪은 고생을 당하고 출세하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있을까? 그는 약관의 나이 30세에 마침내 당시 최고의 문명국가인 애굽의 최고위직인 총리대신의 자리에 올랐다. 노예로 팔려온 신세에 13년만에 총리에 오르게 되었다면 성공도 대단한 성공이요, 출세도 대단한 출세임에 틀림없다. 이런 요셉이라면 한번쯤 지척에 있는 고향 가나안을 방문해서 그동안 그리워했던 아버지와 친동생 베냐민도 한번 만나고, 자기에게 몹쓸짓을 한 형님들의 콧대를 한번 세게 꺽어 줄 만도 한데, 요셉은 전혀 고향을 찾아가지 않았다. 나는 ‘요셉이 왜 고향을 방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오랫동안 품고 성경을 묵상했다. 요셉이 출세한 후 금의환향하지 않은 이유를 다음 몇가지로 나는 생각한다.


첫째, 요셉이 애굽의 총리 대신으로 한가하게 고향을 방문할 틈이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요셉이 총리로 오르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바로왕의 꿈 때문이었는데, 그 꿈은 7년 풍년이 든 후 7년 흉년이 든다는 내용이었다. 만일 7년 풍년을 잘못 관리했다가는 다음에 닥칠 7년 흉년에 여지없이 낭패를 당하고 전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이 뻔했다. 요셉은 총리에 오른 후 바로 그와 같은 국가의 위기를 관리하게 되었기 때문에 금의환향하여 고향을 방문할 여유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요셉이 먼저 고향을 찾아가서 형님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요셉이 출세한 후 먼저 나서서 고향을 찾아 갔더라면 아버지 야곱과 형님들에게는 정말 기절초풍할 만한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형님들은 차마 요셉이 애굽에 살아있기나 할까 하고 마음 푹 놓고 있는 중이었고, 야곱은 요셉이 이 세상의 인물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요셉을 잊은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즉 모두다 요셉은 이미 이 세상의 인물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을 텐데, 그때 요셉에 나타났다면 그 자체가 그들에게는 정신 떨어지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형님들은 정신을 차린 후 요셉의 성공을 어느 정도 인정하겠지만 자기들의 공로도 인정해 달라고 했을 것이고, 설그머니 과거의 몹쓸짓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요셉도 좋은 마음으로 고향을 찾아가서 형님들의 잘못을 추궁하는 일을 차마 하지 못했을 것은 당연하다.


셋째, 요셉은 언젠가는 형님들이 애굽으로 양식을 구하러 찾아 올 줄 이미 알고 있었다. 7년 풍년이 지나고 7년 흉년이 닥치면 고향에 계신 아버지 가족들도 양식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애굽에 양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형님들이 애굽으로 찾아 올 것을 요셉은 분명히 믿었던 것이다.


넷째, 요셉은 믿음의 조상으로서 지상의 고향보다 더 중요한 하늘의 본향을 사모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히브리서 11장15-16절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저희가 나온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저희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 저희를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요셉도 다른 믿음의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하늘의 본향을 사모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세했다고 땅에 있는 고향을 한번 찾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에는 고향 가나안을 찾지 않았던 그가 아버지 야곱의 장례식에는 고향 가나안으로 가서 성대한 장례 행열을 만들어 장례를 치루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 이유를 요셉이 아버지 야곱을 본향(천국)으로 보내는 환송식이기 때문에 가나안 족속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모두 족장들은 이렇게 영원한 고향을 사모하며 살았다.


그렇다 하늘의 영원한 고향을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은 시시하게 땅에 있는 고향이 그리워서 훌쩍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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